[한식 세계화의 현주소-하] 타인종 입맛 고려한 퓨전 한식으로 '인기 몰이'
“코리안 바비큐 넘버 원!” LA는 해외지역 중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비공식적으로 1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는 만큼 한인들이 운영하는 비즈니스도 많다. 그 중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1000여 개.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일식, 중식을 주메뉴로 하는 곳도 많지만 김치찌개, 순두부 등 고유의 한식으로 승부하는 식당이 330여 개로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한식 세계화의 시험무대라면 LA는 한식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를 얼마나 파고들어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최적의 장소이다. ▶대세는 코리안 바비큐 LA한인타운에 위치한 한식당 무대포Ⅱ. 식탁에서 직접 고기를 구워먹은 이른바 '코리안 바비큐'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주말이 아닌 평일이었지만 홀에는 200여 명의 손님으로 가득했으며 그 중 타인종 손님도 30~40%가 넘었다. 이 곳뿐만 아니라 백인 부유층 지역인 웨스트 LA에서도 기와 만나 개나리 우래옥 등 코리안 바비큐를 앞세운 식당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타인종 고객 비율이 50%를 넘어선 지 오래다. 한인사회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 매출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타인종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는 것은 운영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이처럼 코리안 바비큐가 타인종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한인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식문화이지만 그릴과 식탁이 철저하게 구분된 서양문화권에선 신선한 문화충격이기 때문.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이색적인 문화체험의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과 이 곳을 찾은 매튜 화이트(28)씨는 "평소 스테이크를 즐기는 편인데 코리안 바비큐는 고기를 식탁에서 바로 구워 먹을 수 있어 맛도 좋고 색다른 재미도 있다"며 "한 달에 두 서너번 정도 갈비 불고기 순두부 등의 한식을 즐긴다"고 말했다. 무대포Ⅱ 브라이언 정 사장은 "한인은 물론 백인과 라티노 등 타인종들의 입맛에 맞는 품질 좋은 바비큐와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 전략이 먹혔다고 본다"며 "타인종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코리안 바비큐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메뉴도 성공열쇠 고급화된 한식 외에도 라면 떡볶이 칼국수 등과 같은 저가메뉴도 당당하게 한식열풍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 UCLA USC 등 대학가 인근에 한식당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저변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9월 UCLA인근인 웨스트 빌리지에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BIbigo)'를 오픈했다. 비비고는 '비비다'와 테이크 아웃의 미국식 표현인 '투고(to-go)'가 결합돼 탄생한 이름이다. 전통적인 비빔밥과 달리 비비고는 서양인들의 취향에 맞게 메뉴를 다양화했다. 비비고라이스 돌솥비빔밥 일반비빔밥 등 세 종류가 있으며 불고기 닭고기 두부 등 세 가지의 토핑을 준비해 고객들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소스 역시 고추장 된장 등 4가지로 다양하게 준비했으며 국물 함유량도 백미 발아현미 흑미 등을 이용해 타인종들의 입맛에 맞게 조절했다. 이러한 현지화 노력 덕분에 비비고의 하루 매출은 4000달러가 넘으며 고객의 80%가 백인을 비롯한 타민족이다. 비비고 미주사업을 맡고 있는 CJ 베이커리 김성산 미주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식의 세계화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미주 첫 지점을 오픈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며 "내년 중 뉴욕에 진출하기 위해 맨해튼 등지에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퓨전 한식집 이소 카페는 한국산 라면 떡복이 등을 내세워 타인종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으며 꾸시데리야끼앤볼은 김치볶음밥 잡채 등으로 한식전파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소 퓨전카페의 유석희 사장은 "매운 맛을 좋아하는 타인종 고객들이 늘면서 떡볶이가 인기 메뉴로 자리잡고 있다"며 "치즈를 첨가해 고소한 맛을 더한 것도 비결"이라고 말했다. 꾸시데리야끼앤볼의 톰 신 사장은 "김치가 유명해지면서 김치볶음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김치볶음밥을 주문하는 고객은 한인과 타인종 고객이 반반"이라고 전했다. ▶홍보의 왕도는 한식 경연대회 전문가들은 한식이 지금보다 더욱 미국 주류사회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찾아가는 홍보전략'을 써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광고보다는 한식 경연대회 등을 통해 타인종들이 거부감없이 한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LA지역에서는 LA한국문화원(원장 김재원) 등 공관이나 한미연합회(KAC) 등의 민간단체들이 한식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KAC가 주최한 경연대회에는 한인 2 3세들을 비롯해 백인 흑인 라틴계 등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한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미서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 이기영 회장은 "타인종의 발걸음을 한식당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부담없이 한식을 접할 수 있게 파티 분위기가 나는 한식 페스티벌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맛도 맛이지만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입소문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온.오프라인을 통한 지속적인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판촉 행사는 물론 타운 내 각종 음식점 방문 후기를 쉽게 볼 수 있는 옐프(yelp.com) 오픈리스트(openlist.com) 자갓(zagat.com) 등에서 타인종들의 평가에 주목해 한식이 가진 장단점을 파악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넷 오티즈 옐프 홍보담당은 "한식은 맛과 영양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일식 중식 등에 비해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며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젊은층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승우.진성철.구혜영 기자